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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풀 - 김수영(金洙暎)

by 방일 2025.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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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 김수영(金洙暎)(2025.1.18.)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Laura Pausini , Richard Marx - One More Time>

 

* 풀은 분명 여리다.

온통 바람에 넘어졌다가도 분연히 일어서고 만다.

너무도 여리디 여려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은 그냥 밟고 지나가버리고 만다.

 

어쩌면 너무도 흔해 빠져서 한갖 잡초에 불과하여 동네북이 될 수도 있다.

온갖 비바람에도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고 만다.

줏대 없이 고개도 못 들고 머저리처럼 쓰러지고 만다.

 

가을이 되면 누렇게 변하여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리고 만다.

겨울에는 하얀 눈을 온통 뒤집어쓰고 제 모습을 감추어 버린다.

 

과연 도대체 너는 무슨 존재인가?

그렇다고 해서 풀뿌리는 썩어 없어지고 말겠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저 땅에 깊숙이 박고 길고 긴 겨울을 이겨낸다.

그리고 소망의 봄을 기다리며 일어서고야 말리라.

 

이 어려운 바람에도 눈물을 글썽이며 울다가도

잠시 울음을 멈추고 힘센 바람에 일어서고 말리라.

그 비웃음과 조롱과 비통함에 진실로 환한 미소로 답하리라 확신한다.

 

<이사야 40:6~8>

 

말하는 자의 소리여 이르되 외치라 대답하되 내가 무엇이라 외치리이까 하니 이르되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이 시듦은 여호와의 기운이 그 위에 붊이라 이 백성은 실로 풀이로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하라.

 

 

One More Time - Richard Ma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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