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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참회록 - 윤동주

by 방일 2024.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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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 - 윤동주(2024.12.14.)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 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1943년)

 

(요한복음 8:1~11)

1. 예수는 감람 산으로 가시니라

2. 아침에 다시 성전으로 들어오시니 백성이 다 나아오는지라 앉으사 그들을 가르치시더니

3.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음행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우고

4. 예수께 말하되 선생이여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5.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6. 그들이 이렇게 말함은 고발할 조건을 얻고자 하여 예수를 시험함이러라 예수께서 몸을 굽히사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

7. 그들이 묻기를 마지 아니하는지라 이에 일어나 이르시되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

8. 다시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

9. 그들이 이 말씀을 듣고 양심에 가책을 느껴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오직 예수와 그 가운데 섰는 여자만 남았더라

10. 예수께서 일어나사 여자 외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여자여 너를 고발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

11. 대답하되 주여 없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시니라.

 

* 이 시는 윤동주가 감옥에 갇혀 있던 1943년에 쓰여졌다고 한다.

만 24년 1개월을 살아온 자신의 생애는 희망도 기쁨도 없이 너무도 무의미하고 본능적인 욕된 삶의 기간을 보낸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도저히 참회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자책감과 함께 일본의 낮선 어느 감옥에 갇혀 있었기에 더욱 자신을 자책하며 쓴 시라고 한다.

그러기에 윤동주의 참회록에서는 자기 참회를 위한 내적 자아상이 담긴 참회의 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커다란 혼돈의 강을 막 건너고 있다.

온통 세상은 자신의 주장만이 선이며 정의이고 다른 사람의 논리는 불의이고 죄악일 뿐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외로움과 함께 지친 자기만의 깊은 수렁 속에 헤매며 살고 있음을 우리는 모두 인정하고 있지만, 여러 사람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오직 가정의 화합과 사회의 치열한 논쟁 뒤에 오는 악수가 사라진지 오래 된 먼 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오직 이에는 이로 눈에는 눈으로 갚으면 된다.

그 사이에는 절대로 끼어들 수 없는 조그마한 틈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토록 하늘을 우러러 한 점 흠이 없기를 바라던 소망이 부끄럽게도 왜 참된 참회의 노래를 부르면서 두 손을 따뜻하게 잡지 못하는 것일까?

정말 이해 못할 부분이 너무도 많다.

 

그렇지만 예수님께서는 친히 세상 모두가 욕하며 처절한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여인을 향하여 따뜻한 손을 내밀고 있지 아니한가?

그러면서 지금도 우리 모두를 향하여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말씀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저 조용히 물러가면서도 후회나 부끄러움도 없이 그저 자기 자신의 집으로 욕하면서 사라질 뿐이다.

 

제발 우리 드러난 사실만 보지 말고 자신의 욕심에서 벗어나 왜 그토록 안타까운 절규를 하고 있는지 깊이 참회하며 시선을 돌이켜 보아야 하리라.

그리고 분연히 참된 정의와 진리의 이유를 드러내야 하리라.

 

이제 매우 길고 긴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정말 마음이 찢어지도록 아픈 추운 날들을 보내야 하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Brown & Dana - The Ace Of S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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