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괜찮아 - 한 강(2024.10.12.)
* 한 강
1970년 광주 출생.
한승원 작가의 딸.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 노벨 위원회 한강 작가 2024년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괜찮아 - 한 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박인희 - 세월이 가면>
728x90
'일상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 – 류시화 (20) | 2024.10.26 |
---|---|
광풍제월(光風霽月)(2024.10.19.) (20) | 2024.10.19 |
목마와 숙녀 - 박인환(朴寅煥) (14) | 2024.10.05 |
시인들은 무엇하러 있는가 - 김현승 (8) | 2024.09.28 |
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 (0) | 2024.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