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동창천의 가을 낙엽>(오토의 호작질 히스토리에서)
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2024.9.21.)
어제 이어서 오늘 아침까지 가을비가 많이 내렸다.
평소에는 늘 아침부터 25도가 넘어서 에어컨을 계속 켜지 않으면 힘든 날이었는데 오늘은 무려 18도까지 내려가고 바람마저 불어서 쌀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지인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문상을 다녀오면서 새삼 초가을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진정 가을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늘 하던 대로 맨발걷기를 위해 중랑천으로 향하다.
평소 같으면 걷는 동안 손수건으로 땀을 여러 번 닦아야 했지만, 오늘은 바람마저 시원하고 걷기에 너무나 좋아서 어제부터 내린 비와 구청 행사 관계로 정해진 황톳길을 걷기 못하게 하여 모랫길을 걷는데도 조금 힘이 들었지만 시원함과 가을의 맛을 느끼며 걷고 또 걷게 되었다.
진실로 가을에는 우리 인생의 열매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이다.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시 돌아보아야 하리라.
그러기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을 위해 일찍이 공자는 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에서 知, 仁, 勇을 강조하고 있다.
子曰:「知者不惑,仁者不憂,勇者不懼。」
자왈: "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으며,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더욱 세상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세태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하는 날들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오늘은 유난히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의미있는 날이다.
[김병기 ‘필향만리’] 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
-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중앙일보. 2024.09.19.)
한자가 천대받지 않던 1980년대 이전만 해도 대학이나 관공서 등에 세워진 상징물에는 한자로 ‘知(지), 仁(인), 勇(용)’ 세 글자를 새겨 넣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知·仁·勇! “아는 자(知者)는 미혹되지 않고, 어진 자(仁者)는 걱정하지 않으며, 용감한 자(勇者)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공자의 말에서 유래했다. 지자는 사리를 꿰뚫어 보기 때문에 미혹되지 않고, 인자는 사욕을 이겨냄으로써 하늘 즉 자연의 이치를 따르기 때문에 근심이 없으며, 용자는 도덕과 의리를 지킬 만한 기운이 있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다는 게 공자의 생각이다.
언젠가 “책을 많이 읽었으되 막혀있으면 기름이 오히려 등불을 끄는 격이다(書多而雍, 膏乃滅燈)”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읽은 책의 노예가 되어 아집에 사로잡힌 사람은 결코 지자가 아니고, 사욕을 탐하는 사람은 인자가 아니다. 불의에 맞서 버틸 힘이 없는 사람은 용자가 못된다. 지·인·용, 결코 쉽지 않은 덕목이다. 그래서 전에는 돌에라도 새겨두고 보면서 실천을 다짐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조형물마저 없다. 너나없이 오직 이익에 미혹되고, 다칠까 걱정하며, 갈 곳을 몰라 두려워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지·인·용의 실천, 가장 평화로운 삶이다.
<Paul Mauriat - A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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