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충분히 느끼며 살고 싶다(2024.8.31.)
이제 처서가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차가운 기운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한낮의 무더위는 뜨거움 그 자체를 그대로 맞이한다.
얼마나 뜨겁던지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들녘의 곡식들과 열매들은 알알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이다.
자신의 청춘의 정기를 모아 후세를 키워낼 다짐으로 인내하며 하나씩 껍질을 쌓아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시인은 길고 긴 여름을 견디어내며 차가운 바람을 그림자와 함께 덮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너무도 멋진 가을날의 만물이 익어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인생의 가을에도 이런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충분한 믿음의 열매로 맺혀지길 기도하고 싶다.
더욱 달고 아름다운 열매로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곧 닥쳐올 쓸쓸함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벌써 외로움과 함께 고독의 쓴 맛을 미리 맛보고 있지 아니한가?
그러기에 시인들은 고독한 나그네인지도 모른다.
분명 가을을 충분히 느끼며 살고 싶은 날들이다.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1875-1926)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놓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풀어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숙케 하여
마지막 단맛이 진한 포도주 속에 스며들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에도 오래 고독하게 살면서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레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소리새 - 가을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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