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깨어나면 새로운 생명으로 일어선다.(2024.8.17.)
무덥고 찌든 더위가 밤새 계속된다.
열대야가 이제 익숙한 날들이다.
에어컨과 함께 선풍기는 우리를 시원하게 밤을 달래고 있다.
그러나 꼭 자다가 일어나서 어김없이 일어나는 화장실 가는 나이가 되어 영 불편하기 그지 없지만 나이 들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잠을 청하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랑하는 자에게 깊은 잠을 준다고 하신 말씀이 더욱 다가오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해가 뜨면서 어김없이 하루가 밝아온다.
지나간 날은 뒤로 하고 새로운 날이 생명을 이어가게 된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기에 오늘도 아침과 함께 시작을 하게 된다.
먼저 면도와 소금 양치와 함께 입안을 정결하게 하고 사과와 토마토를 준비하고 아로니아와 복분자와 요거트를 섞어 맛있게 준비를 한다.
매일 똑 같은 날 같지만 새로운 날을 시작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진실로 이 세상의 아름다운 날들을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멋있게 살다 가라는 깊고 오묘한 뜻이 있으리라 확신한다.
분명 아침에 깨어나면 새로운 생명으로 일어서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이든 하루가 생명의 힘으로 솟아난다.
감사할 뿐이다.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32] 아침
- 문태준 시인(조선일보. 2024.08.12.)
아침
네팔의 라이족은 손님이 떠난 후 비질을 하지 않는다
흔적을 쓸어낸다 생각해서
손님은 떠나기 전 직접 마당을 쓴다
자기가 남긴 흔적 스스로 지우며
폐가 되지 않으려 애쓴다
깨끗한 마당처럼만 나를 기억하라고
쓸어도 쓸어도 쓸리지 않는 것들로
마당은 더럽혀지고 있었고
어차피 더럽혀지는 평생을 평생
쓸다 가는 것이겠지만
무엇보다 듣기 좋은 건
아침에 마당 쓰는 소리
언제나 가장 좋은 건
자고 일어나 마시는 백차 한잔
산중에 휴대폰도 없이
삼동(三冬)이 하이얗다*
*정지용 「인동차」, “산중에 책력도 없이/삼동이 하이얗다.” 변용.
-황유원(1982-)
하룻밤을 묵고 나면 그곳엔 머문 흔적이 당연히 남는다. 객실(客室)에도 마당에도 그리고 나를 손님으로 들인 그 집 주인의 마음속에도 나의 언행과 동선(動線)과 자취가 고스란히 남는다. 이 시에 등장하는 네팔 라이족의 집에 숙박한 손님은 그곳을 떠나기 전 아침에 마당을 직접 비질해서 자신의 흔적을 지운다고 하니 참 근사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또 이러한 방식은 어쩌면 종교적인 수행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이는 남에게 신세를 지거나 괴로움을 끼치는 일을 삼가는 것이고, 또 소란스럽게 했거나 스스로 격앙되었던 것을 처음의 차분하고 고요한 상태와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는 것이기도 하겠다.
누군가를 기억할 때 이 시에서처럼 하나의 공간으로 그 인상을 간직하는 일도 운치가 있을 테다. 비질을 막 끝낸 정갈한 마당으로 그 사람을 기억하거나 여름날에 큰 나무가 드리운 시원한 그늘로 그 사람을 기억하거나 계곡의 맑고 푸른 소(沼)로 그 사람을 기억한다면 꽤 고상하고 우아한 멋이 있을 것이다.
< 인동차(忍冬茶) - 정지용(鄭芝溶) >
노주인(老主人)의 장벽(腸壁)에
무시(無時)로 인동(忍冬) 삼긴 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어 붉고,
구석에 그늘 지어
무가 순 돋아 파릇하고,
흙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풍설(風雪) 소리에 잠착하다.
산중(山中)에 책력(冊曆)도 없이
삼동(三冬)이 하이얗다.
<Cat Stevens - Morning has bro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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