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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잎이 무성한 나무에게 - 강원석 (2024.11.9.)

by 방일 2024.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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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무성한 나무에게 - 강원석

 

바람이 분다고

놀라지 마라

 

잎이 없는 나무에는

바람도 불지 않는다

 

꽃 피우기 위해

뿌리는 더 단단히 박힐 테니

 

지금 너의 흔들림을

너무 괴로워 마라

<시집 : 너에게 해 주고 싶은 말>

 

 

* 올 가을은 유난히 더디게 오다가 갑작스런 추위와 함께 더위를 밀어내고 갑자기 내 앞에 서고 만다.

이제는 푸르른 나뭇잎이 붉고 노란 낙엽으로 온통 물들어 가고 있다.

설악산에서 시작하는 단풍이 오대산을 거쳐 북한산과 속리산과 함께 남쪽 내장산까지 아기 단풍으로 채워간다.

 

분명 이 세상의 무성한 나뭇잎들이 하나씩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큰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다음해 봄날을 위해 새로운 생명을 낳기 위해 스스로가 과감한 변화와 개혁을 꿈꾸며 소망을 안고 힘든 고난의 길을 가고 있다.

길고 긴 한 겨울의 추위와 고통을 견디어 내려면 최소한 생명만 남기고 모든 이파리를 떨어뜨려 이별을 견디어내야만 한다.

 

그렇지만 무수히 많은 나뭇잎과 함께 귀한 열매들을 남기고 이제 서서히 사라져가는 모습이 어쩌면 쓸쓸하고 안타깝게 보이지만 그래도 내일의 소망을 기대하고 있으니 슬퍼할 것만은 아닐 것이다.

 

비록 아름답지도 않고 모두가 기대하지 못한 열매를 맺었을지라도 그 나름대로의 생명의 결실이 있었기에 모두가 힘껏 박수를 보내야만 하리라.

 

그러나 나도 역시 아직도 어깨 쳐진 여린 모습으로 부끄럽게 내세우지 못한 아쉬움 많은 존재로서 조용히 살아온 모습이지만, 그저 홀로 살아있고 힘차게 뿌리내린 억샌 존재로서 내일의 소망과 사랑을 기대하며 잎이 무성한 나무와 함께 올 가을의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가는 낙엽을 마음껏 바라보고 싶다.

 

(시편 1편)

 

1.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2.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3.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4. 악인들은 그렇지 아니함이여 오직 바람에 나는 겨와 같도다

5. 그러므로 악인들은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죄인들이 의인들의 모임에 들지 못하리로다

6. 무릇 의인들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들의 길은 망하리로다.

 

<Giovanni Marradi - Po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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