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푸르른 시절은 언제이던가?(2024.6.22.)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24] 청송
- 문태준 시인(조선일보. 2024.06.17.)
청송
병든 어머니 집에 두고 청송 갔다
점곡, 옥산, 길안 사과밭들 지나 청송 갔다
끝없이 떨어져 내리는 사과알들을
놓치기만 하며 푸르른 청송 갔다
주산지를 물으며 청송 갔다
주산지를 오래 걸으며 청송 갔다
한밤중 동해를 향해 폭우 속,
굽이굽이 태백산맥 넘어 청송 갔다
옛날 어머니 찾아 푸르른 청송 갔다
청송 지나 계속 눈 비비며 청송 갔다
-이영광(1965~)
이영광 시인은 최근에 펴낸 시집의 ‘시인의 말’에서 “나는 내가 조금씩 사라져간다고 느끼지만 이 봄에도 어느 바람결에나 다시 살아나는 것들이 많다”고 썼다.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은 현재 시간일 테고, 다시 살아나는 것은 옛 시간일 테다. 그러므로 고성(古城)과도 같은 옛 시간 속에 있는 옛사람 생각이 난다는 뜻일 것이다. 비록 그리워해도 옛사람은 옛 시간 속에 살 수밖에 없겠지만.
시인은 병중(病中)인 어머니를 두고 청송엘 간다. 청송은 멀고 멀다. 험준하고 고불고불한 산고개를 넘고 넘어야 한다. 왜 청송엘 가려는 것일까. 청송이라는 지명에는 불로장생(不老長生)과 신선(神仙) 세계의 뜻이 들어 있다는데, 그런 이유에서 그럴까. 단서가 될 법한 시구는 “푸르른”과 “옛날 어머니 찾아”라고 쓴 대목일 텐데, 아마도 어머니의 옛 시간을 찾아 청송엘 간 것이 아닐까 한다. 탈이 없고 아프지 않았던 어머니를 찾아서, 사과 알처럼 앳되고 젊었던 어머니를 찾아서 간 것이 아닐까 한다. 낙과(落果)한 열매 같은, 병중의 어머니께 예전의 푸르른 시간을 찾아 드리고 싶었던 것일 테니 아, 이 시의 독후(讀後)에는 가슴이 먹먹하다.
* 내 인생에서 푸르른 시절은 언제이던가?
계속되는 무더위가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하늘은 높고 도시의 열이 피부에 직접 뜨겁게 다가온다.
한낮의 온도가 우리들을 충분히 지치게 한다.
아무리 찌든 더위라 할지라도 그늘 속에 들어가면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여유 있게 부채와 에어컨으로 잠시 더위를 식히면 한결 낫다.
그렇지만 이러한 뜨거운 햇살이 있기에 농부들은 더욱 가을의 열매를 탐스럽게 기대하게 마련이다.
이까짓 더위쯤이야 하며 땀을 흘리며 소득을 생각하며 더위를 이겨내게 된다.
아마도 시인은 어머니의 푸르른 인생을 생각하며 맛있게 익어가는 청송의 사과를 생각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빨갛게 익어가는 맛있는 사과가 드디어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인생의 과정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인생의 느지막하게 익어가는 사과와 같이 푸른 내일을 향한 시절을 돌아보게 한다.
참으로 이 더위를 잘 견디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Sissel Kyrkjebo - Summer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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