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는 풀처럼 살아가리라.(2024.4.6.)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창작과 비평 11호, 1968. 가을)
* 참으로 인생은 사계절의 혹독한 날들을 보내며 삶을 이어가게 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그저 자신의 생각대로 모든 것들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어찌 내가 원하는 대로 이 세상이 다 이루어진다면 누가 힘들게 살겠는가?
실패와 좌절과 아픔을 이겨내며 새로운 소망과 꿈을 안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봄의 새싹들이 벌써 눈을 뜨고 풀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난다.
여린 싹들이지만 너무도 순수한 아름다움이 보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이고 푸르게 변하며 자라가는 모습이 우리 인생의 모습과도 똑 같다.
이제 꽃과 열매를 다시 기다리는 여름과 가을을 기대하며 자라간다.
그러나 지금은 피어나는 여린 풀이 다시 억샌 비바람과 고통에 견디어 내야만 한다.
그러면서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서 자신의 생각과 열매를 기대하고 꿋꿋하게 세워가게 된다.
참으로 이 풀들이 우리의 아름다운 인생의 과정이 아니겠는가?
바람에도 다시 일어서는 풀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오는 봄날이다.
<Blackmores Night - Ocean Gyp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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