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되게 보고 듣는 것이 바른 생각의 시작이다.(2024.3.30.)
군자의 9가지 덕목[내가 만난 名문장/유희동]
- 유희동 기상청장(동아일보. 2024-03-25.)
‘사물을 볼 때는 분명하게 보고, 소리를 들을 때는 똑똑히 듣고, 얼굴은 온화하고, 태도는 공손하고, 말은 거짓 없이 진실하며, 일을 함에 온 마음을 다해야 하고,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화를 낼 때는 낸 후를 생각해야 하며, 이득은 반드시 올바른 방법으로 취한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視思明, 聽思聰, 色思溫, 貌思恭, 言思忠, 事思敬, 疑思問, 忿思難, 見得思義).’
―논어 계씨(季氏)편 10장 ‘군자가 지녀야 할 9가지 덕목’중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독서 습관 중 하나가 중요 부분에 밑줄을 긋고 일독 후 그 밑줄 친 부분만 다시 보는 것이다. 대학생 때 문고판 책치고는 제법 두툼한 논어를 읽었다. 25년 정도가 흐른 2010년에 책을 정리하던 중 그 옛날 읽었던 빛바랜 논어를 발견했다. 무심코 넘겨보던 중 두꺼운 책에 단지 몇 곳에만 밑줄이 있는 것을 보곤 그리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아니라고 여기면서 그중 빨간색으로 밑줄이 있는 이 내용을 다시 보게 되었다. 25년 전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달리 9가지 덕목 각각이 너무나 강렬한 의미를 전달해 정신이 번쩍 들 정도였다.
이런 신선하고 예리한 감정은 지난 세월의 경험과 당시 관리자로서 공직을 수행하며 느꼈던 다양한 상황들이 융합된 결과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 중 ‘일을 함에 있어 온 마음을 다해야 한다(事思敬)’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화를 낼 때는 낸 후를 생각해야 한다(忿思難)’는 버럭 대는 성정이 나올 때마다 특히 자주 되새기는 말이다. 이 두 개의 문구를 포함해 9가지 덕목 모두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가고자 한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난무하는 설화로 인해 대다수 국민이 가볍고 무책임한 말에 많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이즈음에는 ‘말은 거짓 없이 진실해야 한다(言思忠)’는 문구를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때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 군자의 9가지 덕목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시사명(視思明)과 청사총(聽思聰)이 될 수도 있다.
보는 것이 밝지 않고 듣는 것이 총명하지 못하면,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수 없어서 나머지 일곱 가지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객관적 사고의 장애물은 기질에 의해 구애되고, 사욕에 의해 구속되고, 참소와 사특함에 의해 가려지는 것이니, 보는 것이 밝고 듣는 것이 총명하려면 반드시 이들 사고의 장애물을 먼저 제거하여야 한다.
그래서 이이(李珥)는 몸과 마음을 가지는 데는 구용(九容)보다 더 진실한 것이 없고, 학문을 진취시키고 뜻을 더하는 데는 구사보다 더 절실한 것이 없다고 가르치고 있다.
참으로 상대방의 생각과 주장을 그저 흘러 보내며 자신의 주장만이 난무하는 세태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는 어려운 시대에서 참된 지혜를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 예수님께서 세상을 향하여 죽음과 온갖 고난을 물리치고 다시 살아나신 부활의 아침을 준비하며 새로운 믿음의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하리라.
<Take Me Home - Phil Cou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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