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에서 소망의 봄을 기다린다.(2024.2.17.)
[황원묵의 과학 산책] 겨울나무 감상하기
- 황원묵 미국 텍사스A&M대 생명공학부 교수(중앙일보. 2024.02.15.)
봄에 나는 새싹과 꽃은 생명의 탄생처럼 반갑다. 가을 단풍은 열심히 자란 나무들이 선사하는 전람회처럼 느껴진다. 반면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들은 별 주목을 못 받는다. 눈 쌓인 가지들은 강한 명암의 대조로 아름답기도 하지만, 메마르고 추운 날의 가지는 칙칙하고 삭막한 느낌까지 준다.
하지만, 겨울 나뭇가지도 음미할 것이 많다. 지루하게 들리는 음악도 그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즐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쉬운 예로 가지는 대부분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세 갈래나 그 이상은 드물다. 왜 하필 이분법인지는 나무의 입장이 되어보면 알 수 있다. 가지를 뻗는 이유는 많은 공간을 잎으로 채워 햇빛을 더 받기 위해서다. 여러 갈래로 나누면 순식간에 좁은 공간이 잔가지로 붐벼서 비효율적이다. 최소한인 두 갈래로 나누어 각각의 가지가 어느 정도 자란 후 다시 두 갈래로 나누면 더 큰 공간을 점유해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조급하고 작은 이익보다 더 큰 스케일의 이익이다. 줄기 성장 속도와 가지를 만들 확률을 잘 조합하면 컴퓨터로 가상현실의 나무도 키울 수 있다.
이분법은 다른 곳에도 적용된다. 산줄기도 두 갈래로 나뉘지 세 갈래는 드물다. 지각 변동으로 땅이 구겨지거나 물에 의한 침식작용이 일어날 때, 이분법이 가장 쉬운 솔루션이다. 허파의 단면도는 나무뿌리처럼 생겼고 역시 이분법을 취한다. 공기 접촉면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다. 부피 5L인 허파의 접촉면적은 100㎡에 달한다. 암 조직 속의 핏줄도 뿌리처럼 자란다. 종양 쪽으로 자라도록 유도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잘 이해하면 혈관 공급망을 차단하는 암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개똥철학 같은 이분법을 정량적으로 연구하면 통계물리학이 된다. 심오함에서 응용까지, 중요성이 크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겨울 나뭇가지를 하나하나 따라가며 감상하면 눈 운동뿐 아니라 그윽한 맛과 생명력을 함께 즐길 수 있다.
* 세월은 분명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입춘이 지나면서 설 명절의 기쁨과 함께 온 세상이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제 눈비가 오면 차갑게 느끼던 기온이 점점 봄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
나무는 이분법으로 자라간다는 사실도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모두가 자연의 이치로서 생존에 대한 놀라운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이 통계와 과학의 원리로 정량화하여 연구한다는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사계절을 통해 식물의 성장과 인내를 거쳐 우리의 삶의 변화를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준다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비전공자로서 생물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삶의 의미를 생각하기에 더욱 뜻이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 분명 겨울이 지나고 봄의 새로운 기운을 느끼는 시절이 왔다.
길고 긴 삶의 고통과 기다림과 함께 새 소망의 때가 열리고 있다.
귀한 하나님의 섭리로 여는 주님의 놀라운 계획을 기대하며 더욱 겸손한 믿음으로 바라보아야 하리라.
<Amazing Gracer - Melinda Dumitres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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