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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까치도 함께 이사를 가나요?

by 방일 2024.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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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는 산란기인 3, 4월이 되면 나무 위나 전신주에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은 까치집을 짓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까치도 함께 이사를 가나요?(2024.2.24.)

 

<아침공감>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까치 부부가 집을 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인간들은 그런 까치집을 송두리째 파괴해버립니다.

언젠가 화가 이종상 선생께서 까치집이 있는 나무가 뿌리째 뽑혀

이삿짐 트럭에 실려가는 풍경을 그린 '이사'라는 제목의 그림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사'라는 시를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낡은 재건축 아파트 철거작업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나무들이 철거되기 시작했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았는데

뿌리를 꼭 껴안고 있던 흙을 새끼줄로 동여매고

하늘을 우러러보던 나뭇가지를 땅바닥에 질질 끌고

이삿짐 트럭에 실려 가는 힘없는 나무 뒤를

까치들이 따라 간다

울지도 않고

아슬아슬 아직 까치집이 그대로 남아 있는 나무 뒤를

울지도 않고’

 

새들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습니다.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입니다.

태풍이 불어와도 나뭇가지가 꺾였으면 꺾였지

새들의 집이 부서지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새들이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 것은

인간이 집을 지을 때 땅을 깊게 파는 것과 같습니다.

건물의 높이에 따라 땅파기의 깊이는 달라집니다.

땅파기가 힘들다고 해서 얕게 파면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현재의 조건이 힘들다고 주저앉으면 미래의 조건이 좋아질 리 없습니다.

 

(시인 정호승의 책,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중에서 따온 글)

 

 

* 참으로 서글픈 이사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어디 제 마음대로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집마저 자기의 뜻대로 정하지 못하고 따라가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단지 이 상황을 알지 못하여 울지도 못하고 그저 자신의 집을 따라가는 까치의 안타까움이 더욱 서글퍼진다.

우리 자신의 소망마저 잃어버리고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생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제대로 된 세태를 바르게 읽지 못하고 그저 세류에 휩쓸려 자신의 믿음과 내일의 기대마저 버러진 우리들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겸손한 믿음으로 말씀으로 굳게 세우고 기도하며 바라보아야 하리라.

그래도 봄은 성큼 다고오고 있다.

 

<린애(Linae) - When I Found 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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