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온 소포 – 고두현 (2025.5.18.)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쓸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 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 보면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꺼풀들도 하나씩 벗겨지고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감기고 얽힌 무명실 줄 따라
펼쳐지더니 드디어 한지더미 속에서 놀란 듯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 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몃 개 따서
너어 보내니 춥을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 사람이
다 지 아래를 보고 사는 거라 어렵더라도 참고
반다시 몸만 성키 추스르라」
헤쳐놓았던 몇 겹의 종이
다시 접었다 펼쳤다 밤새
남향의 문 닫지 못하고
무연히 콧등 시큰거려 내다본 밖으로
새벽 눈발이 하얗게 손 흔들며
글썽글썽 녹고 있다.
* 고두현시인은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이다.
지난 4월말에 “늦게 피는 꽃이 오래간다”[고두현의 문화살롱]을 보고 참 의미 있는 주제라고 생각하여 검색을 하다가 이 시를 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너무도 가슴어린 어머니의 깊은 사랑이 담긴 표현을 손수 연필로 쓴 흔적이 보인다.
그러면서 새벽 눈발에 어머니를 향한 진한 정감이 묻어난다.
어쩌면 우리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비쳐지는 생각에 어찌할 줄 몰라 잠시 눈을 감아본다.
그토록 살아생전에 따뜻한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함께 부족한 자식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몇 번을 반복하여 읽고 또 음미하게 된다.
평소에 어머니도 역시 배우지 못한 아쉬움에 겨우 한글로 붓글씨를 통해 자장가를 써내려갔던 글집이 유품으로 태워버린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 더욱 아쉬울 뿐이다.
이제 5월이 가기 전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우리 가정과 두 아들의 사랑의 관계가 더욱 이어지며 행복한 가정으로 든든히 세워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함께 생각하는 하나님 말씀>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에베소서 6장 1~4절)
<Mother of Mine - Jimmy Osm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