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밤 - 나희덕 (2025.5.3.)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 이토록 운명적인 사랑이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참 아름답고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는 시이기에 즐겨 음미해본다.
어쩌면 사랑에 빠지면 누가 뭐라 하더라도 그 길은 오직 하나 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여 사랑마저 변질되었다고 할지라도 사랑의 순수함에는 오직 하나의 길 밖에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기에 깜깜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하늘이지만 나의 사랑 앞에서는 내일의 푸른 밤하늘로 보이게 마련이다.
푸른 밤하늘에 떠있는 반짝이는 별과 은하수와 함께 미움과 아쉬움과 치욕 속에서도 반복하여 퍼 올리는 두레박마저도 하나로 결국 이어지고야 마는 에움길이 되기도 한다.
어디 누가 사랑한다 하면서 곧고 바르고 쉬운 직선의 길을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그저 우리는 찌들고 힘들어 하면서도 실패와 낭만을 벗 삼아서 돌아 돌아서 비로소 만나는 아픈 사랑이 더욱 멋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 이 현실의 아픔도 역시 이제는 봄꽃도 지고 푸르게 변하는 이파리가 무성하게 자라가며 왕성한 사랑의 튼실한 결실을 향한 발걸음이라 생각하며 한 걸음씩 두 눈을 부릅뜨고 똑 바로 걸으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분명 아름다운 사랑으로 알차게 맺어지리라 확신한다.
<함께 생각하는 하나님 말씀>
너는 나를 도장 같이 마음에 품고 도장 같이 팔에 두라 사랑은 죽음 같이 강하고 질투는 스올 같이 잔인하며 불길 같이 일어나니 그 기세가 여호와의 불과 같으니라
많은 물도 이 사랑을 끄지 못하겠고 홍수라도 삼키지 못하나니 사람이 그의 온 가산을 다 주고 사랑과 바꾸려 할지라도 오히려 멸시를 받으리라.(아가 8장 6~7절)
<Mariah Carey - My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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