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2024.6.1.)
나란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동아일보. 2023-04-22.)
나란히 - 육호수(1991~)
소반 위에
갓 씻은 젓가락
한 켤레
나란히 올려두고
기도의 말을 고를 때
저녁의 허기와
저녁의 안식이 나란하고
마주 모은 두 손이 나란하다
나란해서 서로 돕는다
식은 소망을 데우려 눈 감을 때
기도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반쪽 달이 창을 넘어
입술 나란히 귓바퀴를 대어올 때
영원과 하루가 나란하다
요람에 누워 잠드는 밤과
무덤에 누워 깨어나는 아침
포개어둔다
시는 마음의 조각이다. 낯 모르는 누군가가, 내가 모르는 때에, 내가 모르는 장소에서 날려보낸 한 조각이 바로 시다. 그러니 익숙할 리가 없다. 타인의 마음 한 조각은 내 것이 아니니까 익숙하지 않아야 맞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사실 때문에 시를 읽게 되고 시를 좋아하게 된다.
결코 내 것이 아닌 남의 마음인데, 그건 절대 익숙한 것이 아니어야 하는데, 읽는 순간 그 조각에 내 마음이 박힌다. ‘어? 여기 내 마음이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네.’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순간 이 외로운 지구는 외롭지 않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하나의 마음만 있어도 우리는 외롭지 않게 된다.
저녁의 허기와 저녁의 안식이 나란하게 놓여 있는 하루의 끝. 지쳤으나 겸허하게 마주 잡은 손. 허기가 안식을 돕고, 안식이 허기를 돌보는 다행스러움이 이 소박한 시를 꽉 채우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보통의, 그러나 가장 감사한 우리의 모습 아닐까. 특히 “나란해서 서로 돕는다.”는 말이 오래 남는다. 아픈 사람은 타인의 아픔을 알아보고, 상처받은 사람은 타인의 상처를 알아볼 수 있다. 우리는 대단치 않은 보통의 사람들이지만, 나란히 나란히 나아갈 수 있다. 나란히 나란히 옆 사람 손을 잡아줄 수 있다. 참 다행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 나와 함께한다는 것은 너무도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생각이 다르고 자신만의 고집으로 가득 찬 인생에서 제각각 자기의 길을 가는 데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더욱 함께하는 것은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의외로 외롭게 가고자 하는 길에도 마음을 열고 같은 감정을 교류하게 되면 가까워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면서 마음을 서로 대보며 표정관리를 하게 되고 서로를 기대어 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무척이나 그려지게 되는 감성 시 가운데 하나이다.
분명 너무도 힘든 세상에서 어려움과 외로움도 넉넉히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여기에 있다.
서로 부딪쳐가며 마음을 나란히 기대어보는 아름다운 인생이 늘 이어졌으면 한다.
<When You Told Me You Loved Me - Jessica Simp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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