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기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

방일 2025. 3. 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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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2025.3.1.)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작정하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우리가 흔히 인생을 일컬어 ‘부평초(浮萍草) 같은 인생’이라고 노래하며 어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러 저리 흔들리며 사는 인생을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갈대와 같은 인생이기에 허무한 인생이면서 어떤 삶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인생을 비유하여 노래하며 살고 있다.

 

시인은 처절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암울한 역사의 한 장면에서 뿌리만 살아 있다면야 밑둥이 잘라나갈지라도 물의 영양분으로 충분히 살아 이겨내리라는 확신을 갖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물 고인 어느 곳에서든지 꽃으로 피어 당당하게 외로움과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결국 거칠고 힘든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힘차게 내미는 손들이 있어 멋지게 이겨내리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마침 3.1절 106주년에 우리의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 당당하게 힘을 모아온 유관순 열사의 앞장 선 모습이 그려지면서, 이제 우리가 이 어려움을 능히 이겨내리라 확신하며 대한민국 만세를 불러야 하지 않을까 다짐해 본다.

 

내가 붙드는 나의 종, 내 마음에 기뻐하는 자 곧 내가 택한 사람을 보라 내가 나의 영을 그에게 주었은즉 그가 이방에 정의를 베풀리라

그는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그 소리를 거리에 들리게 하지 아니하며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며

그는 쇠하지 아니하며 낙담하지 아니하고 세상에 정의를 세우기에 이르리니 섬들이 그 교훈을 앙망하리라.(이사야 42:1~4)

 

<현철 - 내 마음 별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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